화성에서 온 딸과 함께 슬기로운 집콕생활

처음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생 했을때 사스처럼 한국으로 퍼지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그러다 한국에서 코로나가 대 유행이 되었을때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이 되면서도 여기 캘리포니아는 안전할거야 하면서 남의집 불구경 하듯 했습니다.

지난 3월 ‘대한항공 승무원이 코로나에 걸려서 엘에이에 왔다’ 라는 사실인지 루머인지 떠돌면서 엘에이에도 급속도로 코로나가 퍼지게 되었지요.

엘에이 셧다운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가 전면적으로 셧다운 되면서 일상이 붕괴되었습니다. 친구는 물론 친지도 만날수 없었을 뿐더러 직업도 잃었습니다. 딸의 학교도 서둘러 학기를 끝냈고 딸은 집으로 이사 들어 왔습니다.

처음 1주일은 견딜만 했습니다. 사스처럼 조만간 괜찮아 질거야 하는 안일함과 그래도 미국인데 정부에서 뭔가를 하겠지 하는 자만심으로 또 1주일이 지나갔습니다.

한달이 가고 두달이 가면서 희망은 사라지고, ‘아~ 장기전으로 가겠구나’ 하는 암담함이 엄습했습니다. 실업수당과 연방 보조금으로 겨우 겨우 유지 하고 있는데 어떤이는 쌀값을 걱정한다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딸과 함께 슬기로운 집콕

미국 전역에서 화장실 휴지가 품절 되더니, 캘리포니아에서는 어머니가 화장실 휴지를 감추었다고 26살이나 된 아들이 어머니를 구타 하는 일이 생기고, 남편이 와이프를, 와이프가 남편을, 부모가 아이를 구타 했다는 등의 가정폭력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리더니, 사회가 셧다운 되고는 가정폭력이 늘었다는 통계가 발표되었습니다.

다큰 성인들이 갈곳도 없고, 갈곳도 없으니 할것도 없는 상황에서 24시간 같이 붙어 있는 다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겠지요.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이 용납은 안되지만 이해는 되었습니다.

내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딸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품안의 자식이라더니 품을 벗어났던 자식이 다시 돌아오니 떠나보낼때의 [시원섭섭함]과는 대조되게 [불안한 반가움]이 들었습니다.

떠날때의 섭섭함이란

  • 자주볼수 없다는 서운함과 앞서가는 그리움이 있었고
  • 이 무서운 세상 홀로 잘 헤쳐 나갈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는 반면

떠날때의 시원함은 섭섭함을 덮어버릴 정도의 많은 리스트가 있었으니

  • 일주일에 서너번 돌리던 세탁기 한번만 돌려도 되고
  • 샤워실 벽면에 지렁이 처럼 달라붙어 있는 머리카락 때문에 깜짝 깜짝 놀라지 않아도 되고
  • 나 밥 먹고 설겆이까지 다 끝낸 바고 그 시점에 부시시 일어나는 딸, 또 밥차려주지 않아도 되고
  • 등등등…

평화롭게 간편하게 자~알 살았는데, 왠지 모를 불안감이 물안개처럼 모락 모락 피어올랐습니다.

너도 룸메이트랑 같이 살때 룸메가 지저분 하니까 스트레스 받았었지. 엄마를 룸메이트라 생각하고 서로 예의를 지키자

다짐을 받고 굵은 선까지 쭈욱 그었습니다.

슬기로운 집콕 1주째

  • 코로나에 대항하여 서로 뭉쳤습니다.
  • 각자 뉴스를 보면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서로 다짐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거라고.
  • 같이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영화도 보고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었습니다.

슬기로운 집콕 2주째

  • 딸은 밤새 무엇을 하는지 오후 4시쯤에야 일어났습니다.
  • 나도 하루종일, 밤새 한국 드라마 보면서 주체할 수 없이 넘쳐나는 시간을 채웠습니다.

슬기로운 집콕 3주째

  •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시간표를 짜고 그동안 시간없다 미루며 게으름 피우던 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딸은 여전히 밤새도록 무언가를 하고 새벽에 잠들어 오후 4시 쯤 일어났습니다.

파멸의 기원

  • 두어달이 지났습니다.
  • 딸은 다시 독립하라고 하면 절대 안할 것 처럼 보입니다.
  • 자유롭게 지멋데로 잘 살고 있습니다.
  • 나는 딸 방에 들어갈 때마다 스케이트 타듯 발로 이것 저것 쓱~ 쓱~ 밀고 다녀야 합니다.
  • 밥은 저녁만 같이 먹습니다.

파멸의 서막

  • 4개월이 지났습니다.
  • 딸은 가끔 내 눈치를 보기는 하지만
  • 여전히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 먹고 싶을 때 먹고
  • 자고 싶을 때 자고
  • 하고 싶은거 다 하고 –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 잘 살고 있습니다

파멸의 진화

  • 나는 COVID-19 보다 딸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더 많습니다.
  •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같이 밥 먹었으면 좋으련만 오후 두세시 까지 퍼저 잡니다
  • 아침에 일어나 보면 딸은 밤새도록 무얼 마셨는지, 무얼 먹었는지 증거를 또렷이, 명확하게 싱크대에 남겨놓습니다.
  • 무얼 하고 있나 살짝 문을 열어 볼 때마다, 낮에는 자느라고 침대에, 밤에는 SNS 삼매경에 빠져서 딩굴딩굴 침대에, 딸은 이걸 우연이라 하고 나는 이 상황을 필연이라 합니다.

딸과 함께 파멸의 집콕

  • 1주일, 때로는 2주일씩 화가 나서 서로 말을 안합니다.
  • 서로 눈도 안마주칩니다. – 나는 보기 싫어서, 딸은 내 눈치 보느라
  • 하루 한번 마주 하는 식탁에서 서로 말 한마디 안합니다.
딸과 함께 슬기로운 집콕 생활

끝을 보고서야 깨달았습니다. 딸은 동그라미, 나는 네모라는 것을. 딸도 나를 참아주고 있었다는 것을

이리 저리 굴러다니며 자유롭게 본인의 세상을 만들고 있는 동그라미를 각이 딱 맞고 정돈이 되어야 하는 네모에 맞추려고 했습니다. 네모에게는 각을 깍는 아픔이었다 하겠지만 동그라미에게는 원치않는 각으로 인한 커다란 상처가 생기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선택을 했습니다.

포기 하는 것이 아니고 인정하는 것을

  • 4시 까지 퍼저 잘래면 자라 …포기 하는 것이 아니고,
  • 밤새 깨어 있었으니 그때 까지는 자야겠지 인정.

불신 하는 것이 아니고 믿는 것을

  • 새벽까지 도대체 뭔짓을 하는거야 공부는 하고 있는거야 >_< … 불신이 아니고
  • 친구들과 잠시 재밌는 수다를 떨다가 새벽까지 공부했나보다 믿음

간섭하는 것이 아니고 관심을

  • ‘왜 한밤중에 머리를 쌍둥 짤랏. 가위는 제자리 갖다 놨어’…어련히 알아서 갖다 놨을까…간섭이 아니고,
  • “와~ 대단하다 단발머리를 숏커트로 혼자서 잘 했네. 그런데 뒷머리가 좀 삐쭉 나왔는데 도와주까” 손을 내미는 관심

눈 내리 깔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침묵이 아닌 대화를

  • “엄마가 집에만 있어도 할일이 너무 많은데 너 혼자 먹거나 마신 설겆이는 네가 직접 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 딸은 엄마가 화났나 하는 표정이지만 최대한 예쁜 목소리로 “예”
딸과 함께 슬기로운 집콕 생활
  • 나와 세대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 내가 보지 않았다고 해서 불신하지 않고
  • 관심으로 대화를 하면
  • 사랑이 넘치는 집콕이 됩니다. ^^
그래서 내가 그렇게 실천하고 있을까요?

12시에 일어난 딸을 보고 내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

” 네가 왠일이니 이시간에 다 일어나고 “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오늘 일찍 일어났네 무슨 할 일 있어 ?” 이렇게 부드럽게 말했어야 했는데…ㅠㅠ

오후 2시에 일어난 딸이 크로플을 맛있게 먹으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엄마 나 이거 맛있게 먹는다고 매일 이것만 하는거 아니지, 엄마 맨날 그러잖아.” 나 퉁명스럽게….

” 니가 해먹어 “

왠 동문서답. 밥상 여러번 차리게 하는 불만을 이런식으로…ㅠㅠ. 아~ 다시 주워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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